여행 중 우연치 않게 얻게 되는
크나큰 행운 중의 하나가
바로 예기치 않았던
그 지역의 전통 축제를 만나는 것이다.
꾸스꼬에 도착한 지 4일째.
꾸스꼬 시내는 연일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거리 곳곳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사실 이번 축제는
가이드북에도 소개되어 있지 않아서
예상을 못 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꾸스꼬에 도착한 첫 날부터
시내 도로의 교통이 통제된 채,
어린이들의 거리 행진과
전통 무용단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일요일인 오늘이
아마도 이번 축제의 절정인 듯하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는 축제 관람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수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시내 이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전반부에는 주로 각급 기관의 임직원들과
학교 학생들의 거리 행진이 있었고,
후반부에는 전통 무용단들과
원주민들의 전통 춤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종교적으로 의식화된 잉카의 전통 춤과 곁들여진
고대의 신비을 간직한 잉카의 전통 음악은
듣는 이들을 또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시킨다.
단순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이들의 연주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영혼의 소리이다.
마음을 울리는 북소리와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감미로운 팬플릇 연주가
이들의 슬픔을 표현해 주는 듯하다.
잉카 문명의 중심지였던
안데스 지방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울분과 향수,
그리고 삶의 애환이 서려있는 듯하다.
과거 스페인 정복자들이 안데스의 하늘과 땅,
그리고 음악을 빼앗아 가려 했지만,
영혼의 소리 만큼은 빼앗아 가질 못했다.
우리의 국악과 전통 춤에 '한'이 서려 있다면
이들의 음악과 춤엔
안데스 인디오들의 특유의 정서인 '애수'가 서려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국악만큼이나
이들의 음악도 어쩌면,
시대에 동떨어진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시대를 살아온 한이 서려 있는지도 모른다.
독자적인 문명 사회를 구축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생명을 존중하면서 살아왔던 이들이
몇 안되는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잉카제국은 종말을 맞게 되지만,
그들의 영혼의 소리만은
수 백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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