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나 꼬로라다 국립공원 내의 산장에서
지난 밤을 보낸 우리 일행은
아직 동이 트기 전인 6시에
부랴부랴 여장을 꾸려 다시 길을 나선다.
라구나 꼬로라다의 산장은
그야말로 하룻밤 숙식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시설만 갖추고 있다.
이른 아침에 모두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칠흙 같이 어두운 화장실에서
손전등에 의지해 얼음장 같은 찬물로
겨우 고양이 세수만하고
팬케익으로 아침을 대충 때운 후 다시 출발한다.
가이드가 난폭하다 싶을 정도로
어찌나 급하게 운전해서 비탈길을 오르는지,
그의 운전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출발이 늦었다는걸 느낄 수 있다.
사실 어제밤에 가이드가 말하길
'내일은 5시에 아침을 먹고
5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했는데
모두들 피곤했는지 5시가 넘어서야 깨어났으니...
세면시설도 충분치 않은 곳에서
대충이라도 씻고 짐정리하고
아침까지 먹고나니
6시가 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이상을 달리는 동안
주위가 온통 암흑천지라 둘러볼 수는 없지만,
차가 상당히 높은 산 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는 걸 느낄수 있다.
한참을 달려서 동이 튼 후에야 도착한 곳은
해발 4800m의 솔데 마냐나(Sol de Manana) 간헐천이다.
근처에 도착해 보니
여기 저기서 하얀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차에서 내려보니
하늘로 솟구치는 수증기가 만들어 내는 소음이
무척이나 크고 요란하다.
모두들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수증기가 신기한 듯,
그 위에 물건을 가져다 대거나
수증기 위를 뛰어 넘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곳에는
땅 속으로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뒤쪽의 넓은 지대에서는
수증기가 힘없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울퉁불퉁 불규칙하게 움푹 패인 웅덩이 속에서
자욱한 수증기가 솟아 오르고 있고
계란이 썩는 듯한 매캐한 유황냄새가
코 속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물과 섞인 걸죽한 진흙이
보글보글 끓어 오르고 있는데
마치 팥죽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 한 모습을
연출해 낸다.
이렇게 큰 구덩이가 만들어진 곳도 있다.
잘못하다간
사람 몸도 빠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진흙탕 물이 솟구쳐 오르는 진풍경은
주로 새벽시간에만 볼 수 있고
한낮에는 대부분 활동이 중지된다고 한다.
이제야 우리 가이드가
그렇게 난폭하다 싶을 정도로 급하게 운전해서
올라온 이유를 알 것 같다.
바로 우리에게 이런 멋진 장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깊은 뜻이 있었을 줄이야...
해발 4800m의 안데스 산맥 능선 위로
붉은 해가 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황량한 사막지대 위를 붉은 햇볕이 뒤덥으니
온 세상이 불 타 오르는 것 같다.
붉은 대지 위에
군데군데 하얗게 솟아 오르고 있는
간헐천을 뒤로하고
산 언덕길을 따라 얼마쯤 내려오니
저 멀리 또 다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는
장면이 눈 앞에 전개된다.
바로 사막 한가운데 덩그랗게 자리하고 있는
노천 온천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꽤나 추운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옷을 벗어 던지고 들어가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비록 규모도 조그맣고
물도 깊지 않은 얕은 노천탕이지만,
땅 속에서 바로 솟아난 물이라 그런지
수온은 상당히 높다.
역시나 온천욕을 즐기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서양 사람들이고
아시아 출신들이 대부분인 우리 팀은
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다.
벨기에 출신 커플이 있기는 하지만
신혼부부라 그런지 들어가질 않는다.
조그마한 온천탕 안에서 솟아나는 온천수가
제법 많은 듯
온천탕 밖으로 흘러 나가는 물의 양도
상당히 많다.
온천수가 흘러 내려 가는 곳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면서
만들어 내는 장면이 신기해 보인다.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노천온천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타고
칠레 국경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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