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집 나서면 고생이라고 한다.
그렇다!!
분명 맞는 말이다.
집이 주는 안락함과 포근함을
어디서 또 느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떠난다.
고생한 만큼 다양한 체험과 깊은 감동을
가슴 속 깊이 품게 되니까...
그만큼 성장의 기쁨도 배가 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니까...
해발 4800m의 고원지대에서
간헐천과 노천온천을 둘러보고,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대지를 통해
살아 있는 지구를 체험한 우리 일행.
다시 차에 올라타고 칠레 국경을 향해
끝없이 펼쳐진 사막지대를 달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해발 4800m의 고산지대를 누비고 있다.
결국 히로와 아쥬가
고산병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나도 어제부터 모래사막의 흙먼지를
너무 들이마신 탓인지 목이 아파온다.
하얀 흙먼지를 풀풀 일으키며 달려 나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서로 다른 색깔을 띠고 있는
몇 개의 호수들이
그림처럼 우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같은 사막지대 위에 있는 호수들이
저렇게 확연하게 다른 색깔을 띠다니...
대자연의 신비가 참으로 경이로울 따름이다.
하지만 호수 뿐만이 아니다.
드넓은 사막지대를 달리는 동안
곳곳에 나타나는 산봉우리들 조차도
마치 물감을 칠해 놓은 듯
다채로운 색상을 하고 있다.
잡초 포기 하나 보이지 않는
저 황량한 산봉우리 위에
마치 예술가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놓은 듯하다.
더구나 한 가운데에서는
마치 새하얀 수증기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듯 한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쳐 온
다양한 색상의 호수들과 마찬가지로
산봉우리나 대지도 역시
그 속에 매장된 다양한 광물질로 인해
서로 다른 색상을 띤다고 한다.
볼리비아에는 천혜의 지하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광산 산업을
외국 자본에 팔아 넘겨서
'금방석 위의 거지' 또는
'은을 짊어진 당나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하니...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이제는 새까만 산봉우리와 사막지대가 펼쳐진다.
마치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연상케 한다.
도무지 생명체라고는
살아 남을 수 없을 듯 한 곳이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 듯
먹을것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보기 조차 힘든,
저 황량한 허허벌판 사막지대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이 있다.
바로 야마나 알파카처럼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서식한다는
비꾸냐.
오직 세찬 모래바람만이 휘몰아 치는
저 열악한 환경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무엇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한참을 달리고 또 달려서 도착한 곳.
그 곳에는 또 하나의 믿지 못할 광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는
수 많은 호수들을 거쳐왔다.
이번에 만난 호수는
하얀 색도 아니고 붉은 색도 아닌,
바로 새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한 곳이다.
그 주위를 새하얀 소금띠가 형성되어
호수와 사막을 경계짓 듯
호수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바로 해발 4400m에 위치하는
라구나 베르데(Laguna Verde),
세계에서 '하늘 위의 호수'로
불리우는 곳 중의 하나이다.
그 뒤에는 깃대처럼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마치 호위라도 하 듯
파수꾼처럼 내려다 보고 서 있다.
해발 4400m의 라구나 베르데 주변에는
눈을 제대로 뜨기 조차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고산지대에서 느끼는 바람과 공기는
대도시의 빌딩 숲에
항상 고여있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비록 황량한 모래사막 위에서 맞는 바람이지만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때묻지 않은 원시적인 바람에
나의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칠레 국경 근처에 도착해서
칠레로 향하는 세계 여행자, 다케시를 내려주고
나머지 우리 일행은
다시 우유니를 향해서 오던 길을 되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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